[서울여대 맛집 탐방] ‘스와레’는 오늘도 신메뉴 연구중
새학기가 시작되면 새내기들은 어떤 수업을 들어야할지, 어떤 자리에 앉아야 할지, 공강 시간에는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에 빠진다. 그 중 특히 우리를 힘들게 하는 고민이 바로 점심엔 무엇을 먹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항상 학식과 편의점으로 때우는 것도 지겹고, 시켜먹기도 싫다면 조금만 학교 밖으로 걸어나가보도록 하자. 춘곤증을 견디지 못하게 하는 전공과 교양 강의의 향연 속에서, 점심이라는 짧은 시간동안만큼은 스스로 우리의 혀를 즐겁게 만들어줄 의무가 있다!
이번엔 나날이 다양해지고 있는 서울여대 남문 거리의 맛집들 중에서, 독특한 메뉴와 함께 자신만의 신념을 가지고 있는 맛집. ‘스와레’의 사장님을 뵙고 왔다.
어떻게 서울여대 주변에 가게를 열게 되셨나요?
-전에 명동이나 분당 등 여러 곳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어요. 성신여대 앞에서도 가게를 운영했었는데, 어느날 학생들이 “서울여대에도 와주세요ㅠ” 라고 하더라고요. 마침 다른 곳에 가게를 열러 장소를 알아보려던 중이었는데, 그 말을 듣고 서울여대 쪽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초반엔 아예 생각도 하지 못했었어요.
학교 선배(필자는 서울여대 재학중)들로 인해 스와레가 서울여대 곁으로 오게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맛집 불모지였던 서울여대 남문 거리에 단비를 내려주신 것에 감사해야겠다.
스와레는 무슨 뜻인가요?
-일본말로 스와레는 ‘앉아’라는 명령어입니다. 근데 불어로 ‘저녁’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죠. 한마디로, ‘일 끝나고 저녁에 앉아서 여유있게 식사를 하고가는 장소’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과연… 어렸을 적에 즐겨봤던 일본만화 이누야샤의 “오스와리!” 라는 대사가 생각났다. 우리도 자연스레 그 말을 따라 저녁 식사를 하기로 한다.
가게가 참 아담했다. 그나저나 저기 있는 그림은 무엇일까? 그림 액자가 걸려있는 것도 아니고, 벽에 직접 페인팅되어 있었다.
-분당에 있던 지점의 알바생이 미대생이었는데, 그 친구가 직접 그림을 그려줬어요. 캔버스 같은 공간이 있는 것을 보고, 저기에 일본에 있었을 적의 사진을 걸어둘까, 그동안의 경력을 쓸까 하다가 저렇게 학생들의 작품을 배치하게 되었어요. 오히려 가게가 더 살아나서 선택을 잘한 것 같아요..
호텔에서 양식을 하다가 일본으로 요리 유학을 갔다오는 등 전문적인 공부를 하시고, 그동안 쌓은 책임자로서의 경력이 더욱 음식에 대한 신뢰를 준다. 다양한 메뉴를 한 번에 다 먹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헌데 고민 끝에 주문한 요리가 나오기 전에!
에피타이저로 타코야키가 나온다. 요리를 기다리면서 타코야키를 하나씩 먹으면, 심심함도 덜고 배고픈 입을 달래주는 기분이다. 엄청 뜨거우니 조심.
그리고 드디어 맛보게 된 돈까스냉우동과 데리야끼 치킨 스테이크 덮밥!
사실 이곳엔 어느 요리가 특별히 더 많이 나간다든지, 덜 나간다든지 하는 것이 없다고 하신다. 그만큼 모든 메뉴가 바로 옆 서울여대생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는 것이라 하겠다. 우리가 먹은 덮밥과 냉우동의 조합도 백프로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특별히 눈과 손이 가는 메뉴가 있기 마련인데, 이 돈까스냉우동이 그 주인공이다.
보통 돈까스냉우동이라 하면은, 돈까스와 그 옆에 우동이 나오는 정식 같은 것을 떠올린다. 실제로도 대부분의 식당이 그렇게 구성을 하고있다. 그러나 스와레의 돈까스냉우동은, 차갑고 진한 우동 위에 바삭한 돈까스가 얹혀져있다. 사실 필자는 이런 것을 생전 처음 보는지라 일단 눈이 휘둥그레졌었고, 두번째는 그 맛에 휘둥그레졌다.
차가운 우동, 적셔진 돈까스. 어색할 것만 같았던 조합인데 맛은 생각보다 매우 잘 어울렸다.
국물은 진하지만 부담스럽지 않고, (혹여나 부담스러운 사람은 동동 떠있는 얼음을 조금 녹여서 먹으면 간이 딱 알맞게 된다!) 바삭한 돈까스를 원하는 사람은 바로 집어먹으면 좋고, 부드러운 것을 원하는 사람은 국물에 푹 적셔 먹으면 좋다.
특히 양 또한 매우 푸짐해서 항상 배고픈 우리에게는 반가운 메뉴였다!
-돈까스냉우동은 일본의 ‘히야시주까멘’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메뉴입니다. ‘히야시’라는 것이 차갑다라는 뜻인데, 결국 차가운 라면이라는 것이죠. 일본 사람들이 여름에 즐겨 먹는 메뉴인데 이걸 스와레 식으로 새롭게 만들어 보았습니다.
-이 돈까스냉우동 뿐 아니라, 스와레의 모든 메뉴가 연구하고 분석해서 새롭게 만든 우리 가게만의 요리들입니다. 여학생들이 깔끔하고 가벼운 것을 좋아하는 특성이 있으니, 고추장을 쓰지 않는다던가, 날치알도 그냥 넣는 것이 아니라 조리된 것을 넣죠. 저희 가게에는 구색을 맞추기 위한 재료가 들어간 메뉴가 없어요.
-일본은 재창조를 하는 것에 타고난 능력이 있어요. 단순히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것을 자기화시키는 과정에서, 응용하고 더욱 발전시켜 새로운 창작을 합니다.
사장님은 일본에서 체류하는 동안에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하셨다. 이를 본받아 항상 연구하며 ‘어떻게 또 새로운 요리를 만들까?’ 하는 고민을 끊이지 않고 하신단다. 지금도 새롭게 선보일 메뉴를 구상 중이라고 하셨다.
-제가 새롭게 만든 요리에 만족하는 손님을 봤을 때가 가장 뿌듯하고 행복해요. ‘하나 또 건졌어!’ 하며 보람과 안도감을 느끼는데요. 금방 또 ‘다음엔 뭘 만들까?’ 하는 설레임이 찾아와요.
-저는 언제나 요리만 생각하고 있어요. 제 직업으로서 요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요리 자체가 저의 삶이자 특기이고 즐거운 취미입니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가격이 조금 있더라도, 그만한 가치가 있는 메뉴를 창작하려 노력합니다.
경험과 경력은 같은 말이 아니다. ‘경험 속에서 자신 고유의 것을 만들어 냈을 때 경력이 되는 것’이라는 사장님의 말씀에, 맛있는 요리를 맛보기 위해 왔다가 큰 교훈을 얻고 간다.
새롭고 독창적인 스와레의 메뉴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고민하고 공부하고 계실 사장님의 다음 스와레 메뉴가 기대된다.
취재 : 김지은 이정화
사진 : 김지은
글 : 이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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