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암산둘레길. ‘공릉산백세문’에서 산 속 ‘호수’로 가는 길
여유를 갖고 서울여대 주변의 길을 걷다보면, 심심치않게 ‘불암산 둘레길’ 이라고 씌여진 말뚝을 만날 수 있다. 정신없이 사는 사람의 눈엔 쉽게 띄지 않는 그런 말뚝이다. 이 말뚝은 제주 올레길 이후 유행처럼 번진 -레길이 서울여대 주변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묵묵히 알리고 있다.
길이 존재한다는데 그 길을 먼저 걸어보고 솔직하게 당신에게 소개하는 것이 ‘노원, 어디까지 가봤니’의 도리가 아닐까. 그래서 걸어보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화랑대 사거리와 하계1동 사이 공릉터널을 왔다갔다 해봤다면 차창밖으로 한번쯤 봤을 (이름은 처음 들어봤을) ‘공릉산백세문’. 이곳을 시작점으로 걷기 시작했다. 여기서 불암산 둘레길 지도를 확인할 수 있는데 놀랍게도 삼육대 정문부터 태릉을 지나 서울여대 정문 앞길이 모두 둘레길로 지정되어 있다. -레길 걸으러 굳이 멀리 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공릉산백세문’의 외모는 바로 옆과 앞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와 6차선 도로라는 속세와의 경계 역할을 하기에 손색이 없다. 문을 들어서서 몇걸음 걷다 몸을 돌려 문 밖을 바라보면 마치 다른 세계에 와 있는듯한 기분도 든다.
둘레길은 포장도로와 흰 울타리로 반듯이 시작하는데 이내 서울여대 주변에서 가장 귀여운 그림 벽화를 지나치며 돌길로, 흙길로, 산길로 변한다.
산길이다. 이건 절대 가벼운 산책길이 아니다. 등산을 위한 옷차림과 신발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길이 계속된다. 하지만 둘레’길’이라는 이름답게 험난한 등산로가 아닌 ‘길’이 잘 이어져있으니 높은 굽의 구두만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도전해보자. 도전하라. 곧 밝혀지겠지만, 이 길의 끝엔 도전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선물이 준비되어있다.
도전이라고 해서 너무 힘을 주고 걸을 필요는 없다. 유유자적 앞으로 앞으로 자꾸 걸어나가면 좌측으로는 성냥갑만한 하계동 중계동 아파트 단지를 우측으로는 이제 곧 사라질 태릉사격장 터를 두 눈으로 조망할 수 있는 뷰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잠깐 쉬어갈 수 있는 벤치와 정자도 곳곳에 있다. 매점은 없으니 간식거리가 필요하다면 미리 준비해 올 것.
이렇게 ‘공릉산백세문’부터 2.7km만 걸으면 ‘삼육대 갈림길’에 이른다. 오르는건 여기까지. 이제 대세 내리막길인 삼육대학교로 방향을 꺾는다. 클린 힐링 캠퍼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허나 솔직히 밝힌다. 도심에서 펼쳐지는 5km 짜리 러닝 대회를 생각하고 2.7km를 얕잡아보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둘레길 2.7km… 나름 빡세다. 마침 각개전투 교장도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절대 금주 금연의 클린 힐링 캠퍼스인 삼육대학교는 우리를 위한 깜짝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 님의 삶에 건강과 행복을!
삼육대 갈림길에서 삼육대 방향으로 가벼운 발걸음으로 내려오다 보면 뜬금없는 타이밍에 울창한 나무 사이로 물이 보인다.
호수다. 노원에서 만나는 호수. 삼육대학교의 인공호수인 제명호가 이 길의 끝에서 기다리고 있다. 이곳은 삼육대학교의 사유지로서 기도와 찬미, 조용한 대화와 명상을 하는 장소이다. 책 한 권 가져와서 보면 좋을 것 같다. ‘노원, 어디까지 가봤니’ 같은 가벼운 책이 딱 좋겠다는 생각이다. 아마도 이번이 ‘노원, 어디까지 가봤니’ 창간호에서 가장 블록버스터 급 안내가 아닐까 싶다. 여기까지 함께한 당신은 진정한 ‘서울여대 주변’ 마스터라고 할 수 있겠다. 포스가 함께하길.
불암산 둘레길 더 알아보기
http://webzine.nowon.kr/enewspaper/articleview.php?master=&aid=205&ssid=4&mvid=468
취재: 장재석, 최윤석
사진: 최윤석
글: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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