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계역 주변 카페 탐방] 공간을 파는 곳 ‘카페9’
상계역 근처 하얗고 예쁜 건물, 카페9
상계역을 나와 복잡한 골목을 걷다 보면 눈에 띄는 하얀 건물이 있다. 간판이 없지만, 새하얀 외관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하얀 외관도,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내부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가만 보니, 상계동의 혼잡스러움 속에서 혼자 당당히 흡사 아기자기한 홍대의 느낌을 내는 것처럼 보이기도.
귀엽게 달린, 숫자 9가 써 있는 플래그와 작은 크기로 CAFE 9 라고 붙어있는 글씨가 보인다.
상계역에서 걸어서 금방 갈 수 있는 카페인 CAFE9, 카페나인이다.
상계역 1번출구로 나와 복잡한 골목을 하나 지나 왼쪽으로 꺾으면 그 골목의 끝에 하얗게 빛나는 곳이 보인다. 찾기 어렵지 않다.
카페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밤 10시 11시 정도.
요새 프랜차이즈 커피집의 음료 가격을 생각해 봤을 때, 그에 비해 카페9의 메뉴 가격은 적당한 편으로 보인다. 특히 카페9 음료의 양이 적지 않음을 고려하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할 수 있다.
커피류, 비커피류, 에이드류 등 메뉴도 다양하다. 카운터 앞에서는 케익도 팔고 있고, 케익은 3000원 선이다.
색이 예쁜 에이드 두 잔과 스무디한 잔, 귀여운 컵받침과 함께, 이번에도 카페 사장님과 대화를 나누는 좋은 시간을 가졌다.
카페 이름이 아무래도 특이합니다. 왜 카페9인가요?
-제가 고릴라를 닮았다는 얘기를 들어요. 그래서 고릴라(gorilla)의 g를 숫자와 연관지을 수는 없을까 하다가 g가 9와 닮아서 9로 정했습니다.
카페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원래는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전공을 살리고 싶어서 그만뒀어요. 전공이 디자인이거든요. 그래서 그림도 그리고 여러가지 디자인도 하면서 평생 살고 싶어서 이를 반영할 수 있는 카페를 하게 되었습니다. 올해 2월에 만든 거예요.
디자인 전공! 카페 분위기가 독특하고 세련된 이유가 한 번에 이해되었다.
독특한 질감의 천장을 비롯한 모든 인테리어와 곳곳에 있는 조형물 모두 사장님의 손길로 만들어진 것.
벽의 저 사슴이 자꾸 눈에 들어와요. 사슴도 직접 만드신 건가요?
-네. 저런 건 사실 시중에 조립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나와서 그걸 구해다가 직접 조립을 했어요.
카페 9의 전체적인 좌석 배치 또한 눈에 띈다. 처음 카페9를 방문한다면 어디에 앉아야 되는지, 어떤 자리가 좋은 자리인지 혼란스러울 수도 있을 정도로 다양한 ‘형태’의 좌석이 있다.
흔히 카페에서 보는 파티션으로 좌석들이 구분되어 있지도 않았고, 그냥 테이블과 의자가 있는 걸로 끝나지 않았다.
좌석들이 특이합니다. 자세히 자랑해주세요.
-소파가 있는 곳도 있고, 침대가 있는 곳도 있어요. 제가 디자이너이다 보니 ‘공간을 판다‘는 개념으로 카페에 접근하고 싶었어요. 카페에서도 사람들이 집처럼 아늑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렇게 했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좌석을 여러 개 만들었으면서도 공간 활용이 다른 카페에 비해 잘 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디자인을 제가 할 줄 아니까 인테리어를 하는 데 있어 돈 절약도 되고 저도 즐겁고, 좋더라고요.
카페에 왔으니 커피 이야기를 안 들을 수 없다. 특히 사장님은 커피에 대한 자부심이 컸다.
앞에는 케익도 있고, 더치 커피도 있네요! 커피를 비롯한 메뉴 자랑도 해주세요.
-제가 사실 커피를 배운 지 얼마 안 되어서,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요. 공부도 많이 하고요, 커피도 좋은 것을 손님들께 드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아는 사람을 통해서 호텔에 들어가는 수준의 좋은 커피를 싼 가격에 들여와서 커피를 만들거든요. 원래는 아이스 베리에이션(차가운 음료 종류) 특화 카페를 만들고 싶었는데, 커피를 좋은 것을 쓰다 보니 따뜻한 것으로도 판매하게 되었습니다. 케익들 또한 지인을 통해 브라우니, 케익, 프레즐 등 다양한 종류의 좋은 디저트를 판매하고 있어요.
지인 분들이 도움을 많이 주시네요!
-다행히 주변에 관련된 사람들이 있어서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아르바이트하는 친구들도 전부 제 후배들이고요. 사람 위주의 카페를 만들고 싶어서 일부러 주변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교류를 하는 것 같아요.
손님들은 주로 어떤 분들이 오시나요? 진상 고객은 없던가요?
-학생들, 커플들도 오고요. 가족들, 아이들과 함께 오기도 해요. 주말에는 등산객들도 많이 오시더라구요. 저희가 단골 손님들이 많아요. 동네에다가 골목 바로 앞이다 보니 상권이 좋아서 손님들이 많이 찾아오는데, 커피도 맛있고 분위기도 좋고 하니까 자주 오시더라구요. 진상 고객은, 아무래도 이 주변에 술집이 많다 보니 밤에 술취한 분들이 오시기도 하는데 그 때 좀 힘들죠.
멋진 인테리어들이 있는 것도, 좋은 커피와 디저트류를 저렴한 가격에 받아올 수 있는 것도, 지인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것도 모두 사장님의 밝은 분위기 덕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유쾌하고 편안한 시간이었다.
독특한 형태의 자리에 앉아 예쁜 잔에 좋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장소를 찾는다면, 주저없이 ‘공간을 파는’ 카페9’을 찾으면 될 것!
취재: 이정혜, 천희진
사진: 최윤석
글: 천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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