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 과기대 맛집 인터뷰] 일상과 일본가정식을 느끼고 싶을 때, 일상다반
공릉역 1번 출구를 나와 5분 정도 걷다보면, 철길의 옛 흔적과 함께 푸르른 잔디와 쭉 뻗어있는 산책로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철길공원이 시작되는 곳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 하얀색 외벽에 깔끔한 느낌을 주는 음식점 하나가 나온다.
“매일 쉬는 숨, 매일 딛는 땅, 매일 먹는 밥.
항상 있어 특별하지도 않은 그 순간들이
우리 일상을 만들어 냅니다.
날마다 반복되어 익숙해진 것에 소중함을 느끼는 순간
우리는 감동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그 순간이 이곳에 있습니다.”
창문에 써져있는 글귀부터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이곳이 바로 오늘 소개할, 일상다반이다.
주요 메뉴: 사케동 10000원 / 가츠동 10000원
위치: 서울 노원구 동일로186길 77-17 (공릉동 504-28)
영업시간: 11:30~15:00 / 17:00~22:00 (Break Time : 15:00~17:00)
전화번호: 02-971-0666
가게이름을 ‘일상다반’으로 하신 이유는요?
‘일상다반(日常茶飯)’이라는 단어가 ‘매일 항상 있는 차와 밥’이라는 뜻인데, 손님들이 항상 편안하게 식사를 하는 곳이 됐으면 하는 의미에서 ‘일상다반’이라 이름 지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좀 더 쟁반 위에 있는 밥 한 상의 느낌을 살리고자 원래 ‘일상다반’의 ‘반’이 ‘밥 반(飯)’인데 이 대신 ‘소반 반(盤)’으로 바꿔서 사용하고 있어요.
기존 일식집과 달리 ‘일본가정식’이라고 하신 이유가 특별히 있나요?
이 근처가 대학가다보니 학생들이 많은데 특히 자취하는 친구들이 밥을 잘 챙겨먹지 못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학생들이 좋은 재료로 만든 건강한 밥 한 상 먹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기존에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식집 보다는 좀 특이하게 일본가정식을 만들기로 했죠. 또 가정식이라고 하니까 부모님이 챙겨주시는 집밥 느낌이 나서 학생들이 더 친근하게 느낄 거라 생각했죠.
그래서 집 같은 편안한 분위기를 내고자 인테리어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혼자 오셨을 때도 눈치 보이지 않게 카페 같은 느낌을 내고자 했고요.
브레이크 타임을 운영하시는 이유는요?
저희가 아무래도 가정식이 모토다 보니 밥맛이 중요하거든요. 밥을 가게 오픈 시간에 맞춰서 아침 10시에 짓는데 그 밥을 그대로 저녁 10시까지 사용하면 맛이 없어져요. 그래서 아침 10시에는 오후에 소비할 양만큼만 밥을 하고 브레이크 타임에 저녁밥을 다시 해요. 사실 저희 측에서는 매출에 관련된 부분을 일부 포기하는 거죠. 그래도 손님들이 이른 점심에 오시든, 저녁 늦게 오시든 같은 질의 식사를 제공받으실 수 있잖아요. 그 부분에서 저희 스스로 만족감을 느껴요.
사장님이 추천하시는 베스트메뉴는 무엇인가요?
저희 집 메인은 사케동(연어덮밥)이에요. 사실 사케동은 연어의 상태에서 맛이 좌우가 많이 되기 때문에 다른 보통의 일식집에도 많이 있는 가츠동이나 규동과 달리 접하기 쉽지 않아요. 저희는 매일 매일 생연어를 2~3마리씩 통으로 잡아서 직접 손질을 하고 요리를 하거든요. 그날 잡은 연어는 그날 쓰고 또 다음날은 새로운 연어를 쓰기 때문에 항상 신선한 연어를 손님들 밥상에 올릴 수 있죠. 또 사케동 외에도 부수적으로 부타가쿠(일본식 장조림)에도 주력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 사케동하고 부타가쿠로 방송에 출연한 적도 있어요. CNBC에서 ‘식객남녀 잘 먹었습니다’라는 맛집 프로그램에서 신지씨하고 알렉스씨가 저희 가게에 찾아오셨거든요. 그 때 사케동하고 부타가쿠를 맛있게 드시고 가셨습니다.
(사진 : 사케동)
그럼 사케동 레시피 살짝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사실 저희 가게가 가정식이 모토이기 때문에 보편화된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하지는 않아요. 집마다 같은 요리를 해도 다 만드는 방식이 다르고 맛도 같지 않잖아요. 저희도 마찬가지에요. 사케동도 기존에 알려진 레시피와 다르게 저희 나름대로 연구를 해서 만들고 있고 손님들이 어떻게 드셔야 맛있는지도 알려드리고 있어요.
가격대가 다른 일식집보다 살짝 높은 이유?
사실 다른 일식집하고 1000원 2000원 차이인데 10000원을 넘어가는 메뉴가 있다 보니까 그렇게 느끼시는 것 같아요. 그리고 다른 일식집은 주로 단품으로 음식이 나가고 반찬은 단무지나 김치밖에 없는 반면에 저희는 가격이 더 나가는 만큼 손님들께 푸짐한 한 상 차림을 제공하고자 반찬도 많이 신경 쓰고 있거든요. 사실 단가가 높은 만큼 손님들이 부담을 느낄 수 있고 저희 측에서도 마진은 줄어들지만 손님들이 질 좋은 밥 한 상 드시는 게 저희도 보람을 느끼고 손님들도 기분 좋지 않을까요.
가게를 철길공원 옆에 차리신 이유?
제가 공릉동에서 30년 토박이로 살고 있어요. 사실 주변에 장사하시는 분들 보면 어릴 적에 여기 사셨다가 다른 데로 이사를 갔는데 이 공릉동이 그리워서 다시 돌아오신 분들이 많더라고요. 저도 옛날 추억 때문에 여기 경춘선 철길이 공원으로 바뀌었다고 그래서 다시 와봤는데 제가 생각하는 느낌이랑 너무 비슷하더라고요. 홍대나 신사동 뒷골목 같은 분위기 있잖아요.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주요 거리는 아니지만 충분히 찾아올 수 있는 위치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여기에 가게를 차리게 됐죠.
철길공원에 관련된 에피소드나 추억 있으신지?
어렸을 때부터 오랫동안 여기 살았다 보니 추억이 진짜 많아요. 특히 여기가 공원으로 바뀌기 전에 있었던 경춘선 철길에서 많이 놀았죠. 특히 기억나는 게 100원짜리 동전을 철로 위에 놓고 기차가 지나가고 난 뒤에 보면 기차 바퀴에 표면이 깎여서 거울처럼 반들반들해져 있었거든요. 그 장난이 정말 재밌었어요.
철길공원은 사장님께 어떤 의미인가요?
사실 예전에는 철길의 이미지가 좋지 않았어요. 사고도 되게 많았고, 사망하는 경우도 꽤 있었거든요. 그래서 다들 철길 주변에 사는 걸 기피했어요. 기차 지나가는 소리도 시끄럽고 밖에 돌아다니기도 불편한 점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렇게 공원화 되니까 이미지가 확 좋게 변한 것 같아서 참 좋아요. 예전에는 아이가 있는 어머니들에게는 이 길이 걱정의 대상이었는데 이제는 마음 놓고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게 할 수 있으니까요. 어머니들뿐만 아니라 어르신들, 청소년들, 대학생들에게도 이 길이 휴식과 힐링의 공간이 된 것 같아 보기 좋아요.
앞으로 경춘선 철길공원에 바라는 점?
가로수길이나 경리단길처럼 다른 지역에 사는 젊은 친구들도 많이 오는 명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사실 예전에 이곳에 사람들이 많이 오게 하고 활성화 시키자는 취지에서 철길공원에 점포를 내신 사장님들하고 주말마다 프리마켓 여는 것도 기획했었는데 공릉동 도깨비시장 상인 분들이 반대하셔서 없어졌거든요. 그게 좀 많이 아쉬워요. 이 장소가 걷기도 좋고 특색 있는 맛집도 많은 거리라고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는데 아직은 좀 시기가 이른 것 같아요.
철길공원에 있는 다른 맛집 추천해주세요.
공릉동 도깨비시장 방향으로 가다 보면 ‘스티브주스’라는 생과일주스 가게가 있고, 그 옆에 ‘히게즈라’라는 이자카야가 있는데 둘 다 맛있어요. 또 더 안쪽으로 들어가다 보면 ‘도토리와 다람쥐’라고 수제로 마카롱이랑 타르트 만드는 가게도 있는데 이곳도 괜찮고요. 사실 이 라인에 프랜차이즈가 없기 때문에 모든 가게들이 저마다 다 특색이 있어요. 어떤 카페나 음식점을 가셔도 실망할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공릉동하면 떠오르는 곳이 여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노원역이나 홍대, 건대같이 역 주변의 번화한 곳은 서울에 많지만, 이렇게 녹지와 맛있는 음식점, 카페가 어우러진 곳은 찾아보기 힘들잖아요. 공릉동 주민들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사람들도 산책하러 올 만큼의 매력적인 길이 됐으면 좋겠어요.
글, 취재 : 김경민
사진 : 최형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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